구글이 도전장 내밀었습니다 – 제미나이 첫인상
AI 도구 탐험기 시리즈로, ChatGPT를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제가 직접 써본 AI 도구들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처음 만났던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2024년 초, 구글이 Bard를 제미나이로 리브랜딩하면서 본격적인 AI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IT 커뮤니티는 꽤 들썩였습니다. GPT-4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구글이 반격에 나선다는 건 의미 있는 사건이었거든요. 검색 왕국이 만든 AI라면 당연히 최신 정보 접근이나 검색 통합에서 압도적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컸죠. 저도 그 기대감을 잔뜩 안고 처음 접속했습니다.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구글이 ChatGP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식에 진짜 설레거든요. 특히 제가 처음 접했던 제미나이 1.0 프로(Gemini 1.0 Pro) 버전은 구글의 본격적인 반격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검색의 제왕이 만든 AI라면 뭐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죠. 처음 접했을 때는 “이제 구글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구나” 싶어서 혼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출신 비개발자인 제 입장에서는, 구글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신뢰가 가더라고요. 워낙 지메일이나 구글 드라이브를 매일 쓰는 입장이라 생태계 통합에 대한 기대도 컸죠. 멀티모달이라고 해서 텍스트, 이미지, 음성, 코드를 동시에 이해한다는 기능 설명을 보고는 “이거면 뭐든 되겠네” 싶었습니다. 구글이 만든 AI니까 검색 결과도 잘 반영하고 최신 정보도 빠를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워크플로우 개선을 상상하며 들떴죠.

공대생의 보고서를 받은 기분
근데 실제로 써보니까 첫 느낌이 “딱딱하다”였습니다. 문체가 정말 공대생 느낌이 강했거든요. ChatGPT랑 대화하듯이 편하게 “이 로고 디자인 어때?”라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답변은 마치 대학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것처럼 너무 정돈되고 딱딱한 거예요. “본 서비스는…” “위와 같이…” 이런 식의 문장들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로고, 브랜드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피드백 줘봐”라고 입력했더니 돌아온 답변이 이렇습니다: “해당 로고는 (1) 색상 대비 측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 타이포그래피는 산세리프 계열로 현대적 인상을 부여합니다. 다만 (3) 여백 처리에서 개선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이런 식으로 번호를 붙여가며 리스트 형태로 답변이 오는 거예요. 맞는 말이긴 한데, 같이 고민해주는 파트너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클라이언트한테 이런 보고서체로 말했다간 바로 분위기 어색해지겠다 싶었죠.
디자이너로서 문장의 톤앤매너가 중요한데, 이건 좀 친근감이 떨어졌죠. 친구한테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찾은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모티콘이나 느낌표도 인색하게 써서 감정 없는 로봇이 답변하는 것처럼 느껴졌죠. 코딩도 모르는 제가 봐도 이건 좀 친화력이 떨어진다 싶었습니다.
GPT랑 비교하면 이때는 별로였음
솔직히 말해서 그때는 ChatGPT랑 비교했을 때 별로였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자연스러운 대화인데, 제미나이는 뭐가 답변을 너무 바르게만 하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같은 프롬프트로 비교해봤을 때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내일 클라이언트 미팅인데 이 카피 어떻게 다듬어줘”라고 입력했을 때, GPT는 “오, 이 방향 좋은데요! 여기서 조금만 바꾸면 더 임팩트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처럼 대화 흐름에 맞게 반응했는데, 제미나이는 “다음은 수정된 카피입니다. 변경 사항: (1) 주어를 명확히 함 (2) 불필요한 수식어 제거…” 식으로 보고서를 뽑아냈습니다. 결과물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함께 작업하는 느낌이 없었어요.
브레인스토밍을 시켰을 때도 예상 가능한 답변들만 나와서 “아, 아직은 좀 어리네” 싶었죠. 코딩도 모르는 제가 써봐도 기능은 멀티모달이라고 하지만, 실제 사용감은 텍스트 대화에서 밀리는 게 확실했습니다. 구글이라는 이름에 비해 너무 밋밋한 인상을 받았던 거죠. GPT가 훨씬 인간미 있게 대화해주는 반면, 제미나이는 뭐가 제약이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할루시네이션”은 덜하다는 말도 있던데,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creativity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할 때도 너무 정석적인 답변만 줘서 “그래서?” 싶은 순간이 많았죠. 센스 있는 답변은 안 나오고 교과서적인 내용만 계속 나왔습니다.
제미나이 1.0 Pro의 스펙과 한계
나중에 알고 보니 제미나이 1.0 Pro 시절에는 기술적인 한계도 꽤 있었습니다. 멀티모달이라고 홍보했지만, 당시에는 이미지 이해 기능이 제한적이었어요. 이미지를 업로드해서 분석해달라고 하면 제대로 처리가 안 되거나 엉뚱한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도 로고 이미지를 올려서 “이 디자인 어때?”라고 물어봤다가 “죄송합니다, 현재 이미지 처리에 제한이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어요. 멀티모달 강점을 내세웠는데 정작 이미지 피드백이 안 된다니, 그때는 꽤 당황스러웠죠.
또한 한국어 콘텐츠 처리 능력도 GPT 대비 약했습니다. 한국 특화 정보나 국내 트렌드에 대해서는 여전히 영어 기반 답변을 번역해주는 수준에 가까웠고, 한국어 뉘앙스를 살린 카피라이팅에서는 확실히 GPT가 앞섰어요. 이건 지금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당시엔 그 차이가 훨씬 컸습니다. 검색 기반의 실시간 정보는 강하지만 창의적 글쓰기나 대화형 업무 지원에서는 GPT가 체감상 훨씬 자연스러웠던 시절이었습니다.
2년 뒤, 제미나이는 완전히 다른 도구가 됐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6년입니다. 2년 전에 제가 실망했던 그 제미나이 1.0 Pro와 지금의 제미나이는 솔직히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물건이에요. 2025년 11월에 Gemini 3 Pro가 나왔고, 2026년 2월에는 Gemini 3.1 Pro가 출시됐는데, 이게 진짜 충격적인 수준의 업그레이드였습니다.
일단 100만 토큰 컨텍스트. 이게 뭔 소리냐면, 한 번의 대화에서 A4 용지 1,500장 분량의 텍스트를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처음 쓸 때는 긴 문서 넣으면 앞부분 까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계약서 전문을 던져놓고 “3조 2항이랑 7조 1항 충돌하는 부분 있어?” 이런 질문이 가능해졌어요. 디자이너가 이걸 왜 쓰냐고요? 클라이언트 RFP 문서가 50페이지짜리일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당시 딱딱하기만 했던 문체 문제도 많이 해결됐습니다. Gemini Live라는 기능이 생겼는데, 45개 이상의 언어로 실시간 음성 대화가 됩니다. 150개국 이상에서 쓸 수 있고, 카메라랑 화면 공유까지 돼요.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거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어볼 수 있는 거죠. 2년 전에 텍스트로 “이 로고 어때?”라고 물어봤다가 교수님 답변을 받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Deep Research도 대박입니다. 복잡한 질문을 던지면 알아서 여러 소스를 검색하고, 분석하고, 종합 보고서로 만들어줍니다. 무료 사용자도 월 5건, Pro 플랜이면 하루 20건까지 쓸 수 있어요. 전에는 구글 검색 따로, 제미나이 따로, 정리는 내가 따로 했는데 이제 한 방에 끝나는 느낌이죠. 솔직히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유료 결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시 안 됐던 이미지 이해도 이제는 됩니다. 사진 찍어서 올리면 바로 분석해주고, 멀티모달 벤치마크에서는 GPT를 능가하는 점수가 나왔어요. 2년 전에 로고 이미지 올렸다가 “처리에 제한이 있습니다”라는 답변 받았던 게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Gemini 앱 사용자가 6.5억 명을 돌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어. 이거 진짜 달라졌습니다. Gemini 3.1 Pro가 2026 수능 전 과목 만점을 기록했어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까지 전부요. 시스템 프롬프트도 없이, 검색 도구도 안 쓰고, 계산기도 안 주고 순수 모델 능력만으로 찍은 점수입니다. 2년 전에 “한국어는 영어 번역 수준”이라고 했던 제가 지금 이걸 보고 있다니.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는 한국 사용자 추천 의향 점수가 제미나이 78점, ChatGPT 74점으로 역전까지 됐습니다. 접근성은 아직 ChatGPT가 앞서지만, 성능 만족도에서는 제미나이가 앞서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도 끝까지 써본 이유
하지만 완전히 버리진 않았습니다. 구글 생태계에 녹아있다는 점이 나중에는 꽤 편하더라고요. 물론 처음 구글 바드(Bard) 시절부터 바로 연동된 건 아니었고, 2023년 9월에 ‘확장 기능(Extensions)’이 추가되면서 지메일, 드라이브 등과 연동되는 부분에서 “아, 이게 자동화의 맛이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점점 업데이트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게으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됐죠.
무료로 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부담 없이 실험해봤습니다. 사실 처음에 유료 결제까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무료 티어로도 충분히 테스트해볼 수 있어서 돈 낭비는 피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유료 결제했다면 후회했을 거예요. 비용 대비 성능이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자동화를 좋아하는 제 성격상 구글 앱스와 연동되는 점은 계속 써볼 가치가 있었지만, 순수한 대화 품질은 초기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근데 지금은 그 “구글 생태계 통합”이 진짜가 됐습니다. 초창기에는 확장 기능이라고 해봤자 반쪽짜리였는데, 지금은 지메일 요약, 드라이브 문서 검색, 구글 독스 초안 생성, 캘린더 일정 관리까지 한 번에 됩니다. “지난주에 김 팀장이 보낸 메일에서 미팅 일정 뽑아서 캘린더에 넣어줘” — 이런 게 진짜로 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2년 전에 상상만 했던 게 지금은 일상이 됐습니다.
가격 얘기를 안 할 수 없죠. Gemini AI Pro 플랜이 월 $19.99인데, ChatGPT Plus도 월 $20입니다. 거의 비슷한 가격인데 제미나이는 구글 앱 전체가 연동되고, 2TB 드라이브 저장 공간까지 포함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 2026년 2월 9일부터 ChatGPT 무료 버전에 광고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무료 사용자랑 Go($8/월) 플랜 사용자한테 대화 끝에 광고가 뜨는 거예요. 반면 제미나이 무료는 아직 광고가 없습니다. 무료 사용자 입장에서 이 차이는 꽤 크죠. 저처럼 여러 AI 도구를 동시에 쓰는 사람 입장에서, 무료 티어의 쾌적함은 생각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솔직히 2년 전에 실망해서 접었으면 지금 이 도구를 완전히 놓쳤을 겁니다. 그때는 진짜 “이걸 왜 만들었지?” 수준이었는데, 꾹 참고 업데이트 될 때마다 한번씩 들어가본 게 지금 와서 빛을 보고 있어요.
처음 실망했다고 영영 별로인 건 아니더라
2024년 초에 처음 써보고 “이거 아직 멀었다” 싶었던 제미나이가, 2년 만에 완전히 다른 도구가 됐습니다. 당시에는 딱딱한 문체, 제한적인 멀티모달, 한국어 번역 수준의 답변 — 이게 제 첫인상의 전부였거든요. 근데 기술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 같아요. 특히 AI는 더 그렇습니다. 처음에 별로라고 접어버리면 나중에 좋아졌을 때 다시 돌아오기가 더 어렵거든요. 한번 떠난 사용자는 잘 안 돌아옵니다.
지금 제 워크플로우에서 제미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솔직히 ChatGPT보다 커졌습니다. 구글 생태계를 매일 쓰는 사람한테는 그냥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도구가 됐거든요. 물론 아직도 창의적 글쓰기에서는 ChatGPT가 더 맛있는 답변을 줄 때가 있어요. 근데 일상 업무 자동화, 리서치, 문서 정리에서는 제미나이가 압도적으로 편합니다.
첫인상이 별로였던 AI 도구가 2년 만에 제 메인 도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만약 2024년 초에 “에이, 이거 별로네” 하고 돌아섰다면? 지금 구글 생태계와 AI가 합쳐진 이 생산성 도구를 완전히 놓쳤을 거예요. 그래서 AI 도구는 한번 써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3개월만 지나도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되는 미친 속도의 세상이니까요. 다음 AI 도구 탐험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