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AI 결론: 이게 제일 현실적입니다

AI 도구 탐험기 시리즈로, ChatGPT를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제가 직접 써본 AI 도구들을 순서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의록 작성이라는 골치 아픈 업무를 AI한테 떠넘기려다 실패하고, 결국 현실과 타협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이 시리즈를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는 개발자가 아닌 디자이너 출신 기획자로 일하고 있고요. 코드 한 줄 못 짜는 비개발자 입장에서 AI 도구를 어떻게 실무에 녹여낼 수 있는지를 직접 부딪혀가며 기록하는 시리즈예요. 그래서 기술적인 분석보다는 “이거 실제로 써보니까 어떻더라”는 체감 후기에 가깝습니다.
회의록, 왜 이렇게 귀찮은 거죠?
디자이너 출신 비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회의가 정말 많거든요. 기획 회의, 디자인 리뷰, 클라이언트 미팅, 뭐 기본이죠.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을 훌쩍 넘기는 회의도 있고, 하루에 서너 개씩 몰리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회의가 끝나고 나면 ‘회의록’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회의 중에는 내용을 따라가기 바쁘고, 끝나고 나면 이미 머릿속이 텅 빈 상태라 뭔 얘기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거든요. 그 상태에서 회의록을 쓰려면 진짜 의지력 소모가 어마어마해요. 거기다 회의록이 그냥 텍스트 덩어리면 안 되고, 결정 사항이랑 액션 아이템이랑 담당자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돼 있어야 하잖아요. 저처럼 회의가 많은 사람한테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거죠.
제가 좀 게으른 편이라(이라고 쓰고 효율을 중시한다고 읽습니다) 이걸 자동화할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정말 다양한 AI 툴을 찾아봤어요. 구글링도 해보고, X(트위터)에서 “회의록 AI”로 검색해서 나오는 거 다 클릭해보고, 유튜브 영상도 꽤 찾아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서비스들이 레이더에 잡히기 시작하더라고요.
직접 써본 툴들, 솔직한 후기
Otter.ai부터 Notion AI, 그리고 회의록 전용으로 나온 여러 AI 서비스들까지 꽤 많이 써봤죠. 하나씩 짧게 얘기해볼게요.
Otter.ai는 영어권에서 워낙 유명한 도구라 기대를 많이 했어요. 실시간으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고, 화자 구분도 어느 정도 해준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써봤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어 지원이 너무 아쉬웠어요. 영어 회의라면 꽤 쓸 만한데, 저처럼 한국어로만 회의하는 사람한테는 인식률이 너무 들쭉날쭉해서 오히려 나중에 교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실제로 한 번은 클라이언트 미팅 중에 “랜딩 페이지 방향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Otter가 “난딩 페이지”로 받아쳤어요. 결과물 보고 그냥 닫아버렸죠. 교정할 내용이 원문보다 많은 수준이면 도구를 쓰는 의미가 없잖아요. 원문을 복구하는 시간이 새로 쓰는 것보다 오히려 길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Notion AI는 이미 Notion을 업무 베이스로 쓰고 있어서 연동이 편할 것 같아 써봤어요. 텍스트 요약이나 정리는 꽤 잘 해주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이미 텍스트가 있을 때’ 얘기예요. 음성을 직접 받아쓰는 기능이 아니다 보니, 결국 제가 먼저 텍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거죠. 반쪽짜리 자동화랄까요. 특히 빈 페이지 앞에 앉아서 “자, 이제 Notion AI야 도와줘”를 눌렀다가 아무것도 입력이 없으니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 그 황당함이란. 내가 이미 텍스트를 만들 수 있으면 AI가 왜 필요한 거지 싶었어요.
그 외에도 국내에서 나온 회의록 전용 SaaS 서비스들도 몇 개 써봤는데, 유료 플랜이 생각보다 꽤 비싸거나, UI가 직관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쓰는 데 러닝커브가 생기더라고요. 새 도구를 익히는 것 자체가 피로감이 되는 순간, 그 도구는 저한테 탈락이에요.
결국 찾아낸 현실적인 조합
이렇게 이것저것 써보다가 결국 제가 정착한 방식이 생겼어요. 거창한 전용 솔루션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도구들을 조합하는 방식이에요. 핵심은 갤럭시 스마트폰 기본 음성녹음 앱이었어요. 갤럭시 음성녹음 앱에 화자 분리 기능이 있다는 걸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냥 녹음 앱이겠거니 하고 넘겼다가, 어느 날 설정을 뒤지다가 발견했어요. “회의 녹음” 모드가 따로 있고, 거기서 화자를 자동으로 구분해줬거든요.
처음 써봤을 때 반응이 진짜 “이게 되네?”였어요. 클라이언트 미팅 중에 그냥 폰 켜놓고 녹음했는데, 나중에 열어보니까 제 발언과 클라이언트 발언이 구분되어 있었고 한국어 인식률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전용 앱들이랑 비교해서 크게 부족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미 손에 들고 있는 폰에 기본 탑재된 앱이라 추가 비용이 없었죠.
이렇게 뽑아낸 텍스트를 ChatGPT에 붙여넣고, 회의록 형식으로 요약해달라고 프롬프트를 던지면 꽤 그럴듯한 회의록이 나오거든요. 실제로 제가 쓰는 프롬프트 흐름은 이래요. 먼저 “다음은 회의 녹취록입니다. 아래 형식으로 회의록을 작성해주세요”라고 시작하고, 원하는 형식을 지정해요. 결정 사항, 액션 아이템, 담당자, 마감 기한 항목으로 나눠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더 깔끔하게 뽑혀요. 한 사이클 돌리는 데 5분이 안 걸려요. 녹음 앱에서 텍스트 추출 → ChatGPT에 프롬프트 입력 → 결과 검토 및 가벼운 수정, 이 세 단계가 전부예요.
이게 제일 현실적인 이유
전용 AI 회의록 서비스를 쓰면 더 편하지 않냐고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근데 현실에서는 추가 구독료 부담, 사내 보안 이슈, 새 도구 도입 설득 과정 같은 허들들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반면에 제가 지금 쓰는 방식은 이미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랑, 어차피 구독 중인 ChatGPT만 있으면 돼요. 추가 비용 제로, 새 도구 학습 제로에 가까운 거죠.
이 방식을 한동안 써봤을 때 실제로 달라진 게 있어요. 회의 끝나고 팀에 공유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어요. 전에는 회의록 작성이 밀려서 다음 날이나 돼야 공유되던 게, 지금은 회의 끝나고 30분 안에 정리된 문서가 나오거든요. 클라이언트 반응도 달라졌어요. “회의 정리가 빠르고 명확하다”는 피드백을 몇 번 받았는데, 이게 신뢰 형성에 생각보다 영향을 주더라고요. 완벽한 자동화는 아니에요. 결과물을 보고 어색한 부분을 다듬는 과정은 여전히 필요하고,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한 구간은 화자 구분이 뭉개지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는 수준이에요. 그게 오히려 오래 지속하게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거창한 세팅은 결국 안 쓰게 되더라고요,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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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자동화를 꿈꾸고 계신 분들이라면 비싼 전용 솔루션 바로 들어가기 전에,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폰이랑 이미 쓰고 있는 AI 툴 조합부터 한번 시도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생각보다 충분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