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gravity까지 봤으니 이번엔 구글의 진짜 실험실, AI Studio다. Antigravity가 코딩 없이 앱을 만들어주는 완제품이었다면, Google AI Studio는 제미나이 지능을 날것으로 다루는 공간이다.
처음 접속했을 때 솔직히 “개발자 도구 아닌가?” 싶었다. UI가 깔끔하긴 한데 옵션이 많고, 일반 챗봇처럼 그냥 대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설정할 게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조금 써보니까 이게 오히려 강점이었다.

처음 들어가면 뭐가 다른가
사이트는 aistudio.google.com이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바로 쓸 수 있다. 화면 구성은 크게 세 부분: 왼쪽에 대화창, 오른쪽에 모델 설정 패널, 그리고 상단에 System Instructions 입력칸.
1편에서 소개했던 일반 제미나이 앱이랑 비교하면 답변의 성격이 다르다. 일반 앱은 “폭넓게 쓸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가 걸려있어서 가끔 “그건 제가 답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반응이 나온다. AI Studio는 제미나이 3 Pro 지능 자체와 좀 더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느낌이다. 복잡한 분석이나 민감한 전문 영역 질문에서 훨씬 구체적인 답이 나왔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테스트해봤다. 클라이언트 브리핑 문서를 붙여넣고 “레이아웃 방향 세 가지 제안해줘, 타깃 연령대 30대 여성 기준으로”라고 했을 때, 일반 앱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답이 나왔다. 트렌드 근거까지 붙여서.
System Instructions: AI한테 성격을 입힌다는 게 진짜 이런 거였다
AI Studio에서 가장 먼저 해볼 만한 것이 System Instructions다. 화면 상단에 있는 입력칸인데, 여기에 한 줄 쓰면 이후 대화 전체가 그 설정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직접 해봤다. 입력한 내용: “너는 20년 경력의 브랜드 컨설턴트야. 내 아이디어를 듣고 좋은 점은 짧게, 문제점은 구체적으로 찾아줘. 희망적인 말 자제.”
그리고 최근 클라이언트 제안서 아이디어를 넣었다.
결과가 달랐다. “아, 좋은 아이디어네요!”로 시작하지 않았다. 바로 “이 포지셔닝은 현재 시장에서 이미 포화된 영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하고 시작했다. 솔직히 좀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게 내가 설정한 대로 나온 거다.
이게 System Instructions의 핵심이다. 내가 원하는 전문가 캐릭터를 직접 만든다. 요리 코치, 운동 트레이너, 까칠한 편집자, 긍정적인 멘토 — 어떤 역할이든 만들 수 있고, 한번 설정하면 세션 내내 그 성격으로 유지된다. 챗봇이 “그런 역할로 대화해드릴게요”라고 흉내 내는 것과는 다르다. 설정 자체가 모델의 출력 방향을 바꾼다.
한 가지 더 테스트해봤다. 같은 질문을 두 개의 다른 시스템 프롬프트로 던져봤다. 하나는 “너는 신입 마케터야, 모든 아이디어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다른 하나는 위의 까칠한 컨설턴트 설정.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하나는 “시장 잠재력이 큽니다!”라고 했고, 다른 하나는 “이 시장은 이미 3개 이상의 강자가 있습니다. 차별점이 뭡니까?”라고 했다. 같은 AI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실제로 써보면
제미나이 3 Pro의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 이게 AI Studio에서 가장 실감난다. 긴 문서를 대량으로 올려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하면서 답한다.
테스트로 지난 2년간 쓴 메모 파일들을 몽땅 올려봤다. 회의 메모, 아이디어 노트, 클라이언트 피드백 기록 등. 그리고 물었다: “이 기록들에서 내가 반복적으로 막히는 문제 패턴이 뭔지 찾아줘.”
결과가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패턴을 짚어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구체화 전에 작업 시작해서 방향 수정 비용 발생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그랬다. 나는 그냥 클라이언트가 바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용도라면 NotebookLM과 비교해볼 만하다. NotebookLM은 자료를 “소스”로 올려서 질의하는 구조이고, AI Studio는 대화 흐름 안에서 자료를 직접 다루는 구조다. 둘 다 대용량 문서를 처리하지만, NotebookLM은 정리에 강하고 AI Studio는 분석과 토론에 강하다. 쓰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

일반 제미나이 앱이랑 뭐가 다른가, 정리하면
쓰다 보면 “그냥 제미나이 쓰지, 굳이 AI Studio를 왜 쓰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차이를 정리하자면:
일반 제미나이 앱은 누구나 편하게 쓰도록 만들어진 완제품이다. 설정이 적은 대신 출력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AI Studio는 모델 파라미터(온도, 최대 토큰 등)를 직접 건드릴 수 있고, System Instructions로 AI 캐릭터를 정의할 수 있고, 여러 모델을 전환하면서 비교할 수 있다.
온도(temperature) 설정도 써봤다. 기본값은 1.0인데, 0.2로 낮추니까 같은 질문에 거의 같은 답이 나왔다. 1.5로 올리니까 예상 못한 비유나 연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브레인스토밍할 땐 높이고, 팩트 기반 분석할 땐 낮추는 식으로 쓰면 된다. 이런 세밀한 조절이 일반 앱에서는 불가능하다.
단점도 있다. UI가 좀 낯설고, 설정을 모르고 들어가면 “이게 뭔가” 싶은 옵션들이 많다.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System Instructions 입력칸과 모델 선택 두 가지만 건드려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 그리고 API 호출 화면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개발자 도구 같은 인상을 준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8편 정리
AI Studio는 제미나이를 ‘쓰는’ 공간이 아니라 ‘설계하는’ 공간에 가깝다. System Instructions 하나로 대화 전체의 방향이 달라지는 걸 경험하면, 프롬프트 작성이 단순히 질문 잘 쓰는 게 아니라 AI 행동 방식 자체를 설계하는 거라는 게 실감 난다.
이전 편에서 Antigravity와 브라우저의 조합이 강력하다고 했는데, AI Studio는 방향이 좀 다르다. Antigravity가 “만들어주는” 도구라면, AI Studio는 “조종하는” 도구다. 어떤 쪽이 맞느냐는 무엇을 하려느냐에 달렸다.
다음 9편에서는 AI Studio의 Build Mode를 다룬다. 말 한마디로 실제 작동하는 웹 앱을 만들어내는, “바이브 코딩”의 구글 버전이다. Antigravity와 방향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다른 경험이었다.